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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8강 쓰나미로 떠나간 영령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2011.03.21  | 한세희
이웃 일본 사람들이 엄청난 재앙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이를 마치 그들이 남들보다 죄가 많아서 그런 것처럼 몰아 가는 일부 목사들의 행태는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예수님이었다면 그들을 무조건 끌어안고 함께 울었을 것입니다.

신약성서의 누가복음 13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망대가 무너져 불의의 사고로 죽은 18명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죄가 많아서 죽은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시며, 사물의 초점을 우리 자신들에 돌려 우리 자신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누가20:38), “이웃을 비판하지 말고 자신의 잘못부터 성찰하라”(마태7:1-3) 등과 같은 다른 말씀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구약성서의 욥기에는 당대의 의인이던 욥이 별안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엄청난 재앙을 만나 모든 자녀와 재물을 잃고 중병에 걸려 신음하는데, 친구들은 누구의 죄로 인한 것인가를 따지며 욥의 죄를 증명하려 듭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의인화하여 마치 사람처럼 등장하는 하나님은 그들이 하나같이 틀렸음을 지적합니다. 그런 후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욥기 38:4) 하시며, 이런 재앙은 인간의 의로움으로 따질 수 없는 절대적 차원의 것임을 인식시킵니다.

물리학적 법칙을 따라 필연적으로 때가 되어 일어난 자연적 현상에 대해 우리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습니다. 아무도 지진을 체포하거나 쓰나미를 법정에 세울 수 없고 그들의 재범을 막을 길도 없는 게 자명하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존재를 우리 “땅의 기초”로 인식하고, 그들이 언제든 다시 일어나도 인간과 충돌하지 않도록 우리가 그에 적응하면서 조화로운 공생을 도모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본의 불행은, 특히 이번 재앙을 당한 당사자들의 불행은,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해질 때 제일 먼저 희생됨으로써 경종을 울리는 “잠수함의 토끼” 혹은 “탄광의 카나리아 새”와 같은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라 봅니다. 그들이 우연히도 모든 인류를 대표하여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사전에 알려 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그들이 위치한 “땅의 기초”가 이 시점에서 좀더 불안했기 때문일 뿐 앞으로 누가 또 그런 역할을 맡게 될 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나간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후손들의 안위를 걱정하였습니다. 그들의 영령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들의 가족을 돕고 후손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일 것이라 믿습니다. 자기 목숨을 걸고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문제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작업자에게 가족들이 “구세주가 되어 달라”고 말한 것처럼, 쓰나미로 떠나간 영령들 역시 인류사회가 이번 참사를 통해 진정 제대로 된 교훈을 얻고 올바른 대책을 세운다면, “온 세상을 구한”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날의 참사 이후 온 세계가 식은땀을 흘리며 시시각각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그 대책이라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건설된 거창한 문명의 이기들이 대규모 살인 무기로 돌변하여, 정유공장의 불이 도시를 초토화시켰고 원자력발전소는 일본 국민뿐 아니라 온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에는 물자가 넘쳐나던 부자 나라에서 전기와 도로, 철도 등 인프라에 타격을 입자 에너지와 물자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며 추구해 왔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의한 효율화가 기실은 마치 인큐베이터 속의 갓난아이처럼 철저히 외부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하는 무력한 시스템이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원래 백만 년 동안 대자연의 일부로 다른 동식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 오던 인류가 이런 모습으로 살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약 1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일어난 농업혁명으로 촉발된 도시화가 서서히 자연을 착취하며 세계를 잠식해 나갔고, 산업혁명 이후 가속도가 붙어 이제 어디서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전통적 마을공동체들이 사라지며 도시로 떠밀려와 파편화된 인간들은 세계화와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한 메커니즘 속의 기계 부품으로 전락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잃고 소외되어 이제는 “대규모 시스템”이 지켜 주지 않는 한 스스로는 자신의 안위도, 의식주도 해결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로 내던져졌습니다.

그리고 그 “대규모 시스템”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이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류가 도시를 이루는 대신 산 중턱에 지은 마을 단위로 살았다면, 대단위 발전시설에서 보내 주는 전력이 아니라 마을에서 태양과 바람으로 자급하는 에너지를 사용하였다면, 대량공급과 대량소비에서 벗어나 마을이나 인근에서 재배하는 식량을 먹고 살았다면 이토록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고, 도로와 전기가 끊어져도 별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 재앙도 방지하여 좀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 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1만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인류문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그 동안 누려 왔던 인류의 사치스런 삶은 세계 인구 중 극히 작은 일부에게만 국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지금 급속도로 성장하는,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국민들이 그들이 염원하듯 30년 안에 지금의 독일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 만큼 지구의 자원은 충분치 않습니다. 이미 식량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원자재 쟁탈전이 벌어지며 범세계적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사회적 약자들은 점점 더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지속 가능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추구해야 합니다. 진정한 발전은 자연 친화적, 공동체적 협동을 통해 인간의 행복과 기초적 자급력을 높여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1만 년 전처럼 원시사회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닙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IT, 첨단의료기술 등 활용 가능한 모든 기술들을 동원하여 편리성의 손실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자연과의 조화와 공동체적 활동들을 통해 보다 높은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지혜롭고 혁신적인 모델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세계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마을(Eco-Village) 운동입니다.

미국의 이타카 에코빌리지 (Ithaca Ecovillage) 등 세계 여러 곳의 생태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개개인의 소유권 및 자유와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적 정신으로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공동체 회관을 중심으로 활발한 교육, 문화예술, 사회복지 서비스, 비즈니스 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특히 연중 방문객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인터넷 기반의 통신망을 통해 온갖 종류의 자영업에 종사하는데 컨설턴트, 번역가 등과 같은 프리랜서들과 작곡가, 무용 안무가, 화가 등 예술가들, 그리고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마을의 경제단위를 형성하고 서로간에 다리를 놓아 주며 외부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그리고 대학생들이 1학기씩 현지에 상주하며 학점을 이수하는, 대학교들과의 연계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펜션 등 방문객을 맞기 위한 숙박업 수요가 커져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실험 수준의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모델이 될 만큼 다양한 생태공동체적 기능을 갖춘 마을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외국의 생태마을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그들의 사례에서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고,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기술들을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조건에 맞는 고유의 모델을 개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의 방식을 개발하고 펼쳐 나갈 때 우리 후손들은 천재지변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울 뿐 아니라 소외되었던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진정한 행복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형 생태마을을 실제로 설계하고 건설하기 위해 해외 전문가들로 자문단(Advisory Board)을 구성하고, 사회적 기업 “에코빌 코리아” (Ecovil Korea)를 설립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습니다. 2년 내 입주 가능한 생태마을을 목표로, 공동주거(Cohousing), 신재생에너지, 수자원순환, 유기농, 대안교육, 예술문화, 건강, 비즈니스,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의 대안적 삶에 관해 분과위원회들을 구성하게 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필자에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shan@itapintl.com, 011-395-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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